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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by 윙크의사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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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때 그렇게 울음이 터져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들었던 병원에서 전반기 인턴을 마치고, 진료실에 감사 편지를 전하러 갔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바쁘게 환자들이 밀려오는 진료실에서 울음이 터진 절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몰라 하시며 건네주신 ‘핸디 선풍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위안이 되었는지요. 외래 끝나고 연락할테니, 일단 얼굴에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으라던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사랑을 모두 느꼈습니다. 

 

의사 면허를 따고, 긴장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의사로서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의무원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에도, 선생님께서는 인턴 의사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진심이 담긴 관심과 애정을 담아주셨습니다. 힘든 일은 없는지 걱정하고 챙겨주시는 모습에, 모든 것이 낯설고 때론 서러웠던 병원 밑바닥 인턴 의사의 첫 걸음이, 제게는 인생에서 본받고 싶은 ‘참 스승’을 만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내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 필수의료 분야를 살려야 한다고 1년을 쉬어가며 의료계 활동을 이어갈 때, 선생님께서는 쉽게 판단하기 보다 제 이야기에 잠자코 귀를 기울여 주셨습니다. 왜 자꾸 평범한 길 대신 힘든 길을 선택하는지, 다치기 쉬운 길에 앞장 서는지 안타까워 하시면서도, 늘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던 든든한 백 덕분에, 저는 움츠러들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펼쳐낼 수 있었습니다.

 

2020년의 단체행동 이후 상처받고 방황하는 저를 어찌 아시고, 전문의 시험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 틈날 때마다 연락 주셨던 선생님 덕분에 저는 무사히 내과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인생을 살도록 해라. 병원 밖으로는 내가 뛰쳐나가마.’ 라는 카톡을 받고 제가 또 얼마나 울었는지요. 인생의 ‘참 어른’을 만난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쪽 눈을 잃는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절 걱정하고 기도해주신 선생님의 사랑과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렇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좋아하는 생활성가라며 보내주신 ‘아무것도 너를’에 담긴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라는 노랫말처럼, 저는 덕분에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용기를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애써주신 것이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린 제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서 저는, 지친 오늘도 다시 오뚜기처럼 우뚝 서기로 다짐합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부디 오래 건강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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