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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연휴 Holiday

by 윙크의사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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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전체를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어렵게 와준 가족과 친구들도 얼굴 잠깐 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워낙 긴 연휴라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명절 연휴 기간, 당직 의사로 병원을 지킨 적은 있어도, 환자로 남아 있던 적은 처음이라 이 고요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생소하다. 마치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듯싶다. 

 

수술 부위 감염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 끝나고 계획했던 나의 복귀, 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도. 엄마도 두 번째 입원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치 눈물 콧물 삼켜가며 산을 오르다, 정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온 것 같았다. 무릎을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눈앞이 온통 흐려, 정상이 어디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도통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시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비슷한 감정과 과정을 겪겠구나 싶다. 원체 병이라는 게, 한 번에 완벽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주변에 조언을 주고 또 도와줄 의료인들이 많은 나에 비해, 다른 환자들은 얼마나 더 어렵고 힘들까.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붙잡는걸 하마터면 포기할 뻔했다. 지친 날 일으켜 세운 건, 이번에도 역시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러고 있으면 얼어 죽는다며 흙을 털어주고, 손을 뻗어 정상을 가리킨다.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소중한 사람들 덕에, 난 이렇게 고비를 또 한차례 넘긴다.

 

넘어야 산이라면, 겸허히 넘어가겠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온대도, 꿋꿋이 참아내겠다. 쉬어가는 연휴의 끝자락, 소중한 이들과 함께 보고 듣고 꿈꿀 있는 나은 삶을 위해, 나는 지독하게 버텨 그렇게 만들어 내겠다. 나에게도, 세상에도, 오늘보다는 따뜻한 날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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