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전체를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어렵게 와준 가족과 친구들도 얼굴 잠깐 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워낙 긴 연휴라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명절 연휴 기간, 당직 의사로 병원을 지킨 적은 있어도, 환자로 남아 있던 적은 처음이라 이 고요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생소하다. 마치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듯싶다.
수술 부위 감염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 끝나고 계획했던 나의 복귀, 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도. 엄마도 두 번째 입원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치 눈물 콧물 삼켜가며 산을 오르다, 정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온 것 같았다. 무릎을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눈앞이 온통 흐려, 정상이 어디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도통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시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비슷한 감정과 과정을 겪겠구나 싶다. 원체 병이라는 게, 한 번에 완벽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주변에 조언을 주고 또 도와줄 의료인들이 많은 나에 비해, 다른 환자들은 얼마나 더 어렵고 힘들까.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붙잡는걸 하마터면 포기할 뻔했다. 지친 날 일으켜 세운 건, 이번에도 역시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러고 있으면 얼어 죽는다며 흙을 털어주고, 손을 뻗어 정상을 가리킨다.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소중한 사람들 덕에, 난 이렇게 고비를 또 한차례 넘긴다.
넘어야 할 산이라면, 겸허히 넘어가겠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또 온대도, 꿋꿋이 참아내겠다. 쉬어가는 연휴의 끝자락, 소중한 이들과 함께 보고 듣고 꿈꿀 수 있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는 지독하게 버텨 꼭 그렇게 만들어 내겠다. 나에게도, 세상에도, 오늘보다는 더 따뜻한 날이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윙크의사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증 Annoying (0) | 2023.01.30 |
---|---|
정보 Information (0) | 2023.01.26 |
일기 Diary (0) | 2023.01.23 |
생존 Survival (0) | 2023.01.21 |
함께 Together (0) | 2023.01.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