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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외래 진료실을 방문했다. 3개월 만이다.
작년 11월, 서른셋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안구가 파열되어 한 쪽 시력을 잃었고,
올해 1월, 부러진 얼굴 뼈를 붙여 둔 임플란트에 농양이 생겨 다시 입원했다.
올해 3월, 가까스로 의사 본업으로 복귀했으나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반쪽은 의사, 반쪽은 환자로 살며, 두 존재 모두의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5월, 기적적으로 상태가 좋아져, 의사라는 본업으로 완전 복귀에 성공했다.
“교수님, 저, 눈이 떠져요”
양쪽 눈을 모두 뜨고 깜빡이는 나를 보며, 교수님은 “전생에 좋은 일을 했나 보다”고 했다.
그토록 심한 사고 이후, 눈꺼풀이 다시 떠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고 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일어서려는 찰나, 일은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에,
“병원 복귀해서 5월 부터는 전일근무 하고 있어요. 오늘 휴가내고 왔어요.”
그러자 교수님은 대견 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시며, 주먹 악수를 내미신다.
잔뜩 벅찬 마음으로 주먹을 맞부딪히고는 외래 진료실을 나오며 생각한다.
아주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것 같았다.
갑작스레 내게 닥친 이 모든 시련과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살아내는 것이.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불행 속에 행복이 있고 비극 속에 희극이 있더라.
기적과도 같은 나의 극복 스토리, 많은 분들과 나눠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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