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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움2

의안 Fake eye 처음 간 의안 센터의 아저씨들은 조폭 영화에서나 본 사람들 같았다. 커다란 사람 셋이 좁은 방 구석탱이에 나를 앉혀 놓고, 무섭게 생긴 눈알 덩어리들을 흔들며 마치 장신구를 팔 듯 이거 하면 이쁘겠네- 라고 말한다. 마음대로 하나를 집어서는 이리 저리 돌려 본 후, 부하 직원에게 이거 껴. 하고 명령을 한다. 부하 직원은 그 눈알을 건네 받더니, 씻지도 않은 손으로 대강 물에 눈알을 굴린 후 내 얼굴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흔히 본 고문 장면이 떠올라 나는 어느새 움찔하고 잔뜩 긴장한다. 덩치 큰 그 부하 직원은 힘 빼라며, 내 왼쪽 눈꺼풀을 막무가내로 벌리더니 그 큰 눈알을 와자작 우겨 넣는다. ‘아 거, 눈 아래로 굴려봐요’ 나는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가짜 눈알’을 끼우기 위해, 나의 진짜 .. 2023. 6. 11.
세상의 작은 초라함들에게 세상은 너무 크고 화려한 데 비해, 나는 너무 작고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고, 한 발짝 내밀면 살얼음이 언 호수처럼 와장창 깨져 물에 빠질 것만 같을 때. 덜컥 앞서는 무서움을 극복하고 조심스럽게 내디딘 한걸음에, 왠지 사방이 고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잔뜩 긴장한 나를 위로하듯, 차분하고 따뜻한 안개가 날 감싸 안는다. 나의 어려운 걸음들을 함께 지탱해 준 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렇게 한 발짝씩 세상을 향해 내디뎌 보자. 2023.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