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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미학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쉬기로 한 이후에도 나는 왜 그리 바쁘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한쪽 끝에서는 ‘욕망’이, 또 한쪽 끝에서는 ‘불안’이 나를 양 끝으로 찢어 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하고픈 것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많아서 파묻힐 정도로 과한 욕심은 독이리라. 진짜 쉬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피눈물 때문은 아니고 사실은 피똥 때문이었다. (좀 부끄럽지만 뭐ㅋ) 수술 후 4일 째 되던 날,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 데굴데굴 굴렀다. 정신을 잃을 정도라 화장실에 수건을 대고 쓰러져 있었다. 그러더니 시뻘건 혈변이 똑똑 나왔다.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수도없이 봐왔던 환자들 사진과 똑같이.. 갑작스럽고 극심한 LLQ (left lower quadrant, 배를 4사분면으로 나.. 2023. 11. 20.
회전목마 Merry-go-round 다치고 빛을 잃은 눈이 결국 피고름까지 쏟아내고 나서야, 그래서 결국은 수술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나서야, 주인은 정신을 차린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거늘, 자꾸 스스로를 몰고 가는 버릇 때문에 상처는 결국 덧나고 말았다. 내성균이 자라서, 현존하는 항생제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도 없었다. 결국 코뼈를 뚫고, 고여 있는 고름이 흘러 나갈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부서진 안와가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금속 임플란트 안쪽으로 고름이 차 있는 상황이었다. 원칙적으로는 외부 물질을 빼고 깨끗하게 씻은 뒤, 새로운 임플란트를 넣어주어야 했다. 하지만 지지하던 부위가 워낙 넓다 보니, 빼버리면 얼굴 형태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어 택한 차선책이었다. 제발 그다음의 경우.. 2023.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