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3 벌써 일년 2023.11.6. 다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왠지 인생에서 기념(?) 아닌 기억해야 할 날짜가 하루 더 늘어난 기분이다. 막상 그 날이 되니 생각보다 덤덤하게 지나가 버린다. 삼십여년 두쪽 눈으로 살아온 세월을 뒤로 하고, 한쪽 눈으로 쌓아갈 삶들이 차곡차곡 앞에 남았다. 1년 전을 돌이켜보면, 저 컴컴한 병원 건물 병실 한 칸에서 온갖 감정을 거쳤다. 몸에 걸친 얇은 환자복과 팔을 칭칭 감은 수액줄이 한편으로는 날 가둬두는 죄수복과 수갑 같았다. 창문 너머 코앞에 보이던 5분 거리의 자취방은, 당시에는 안개 속에 갇힌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지금 서 있는 병원 밖 삶도 치열하긴 매 한가지지만, 저 안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다. 1년 간 안팎으로 참 고생하며 생존하고 성장해왔다.. 2023. 11. 12.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이 간호사아아아아아!!!!! 아파죽겠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진통제를 안 줘어!!!?” 수술 받기 위해 내가 입원한 병실은 정형외과 병동이었고, 내 맞은편의 환자는 7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무릎 관절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할머니였다. “죄송해요. 환자분,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저희가 다섯 번이나 연락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직 답장이 없으세요 ㅠㅠ 지금 안 좋은 환자가 생긴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연락해 볼게요.” “아니 뭐 이런 경우가 있어!!!! 아이고 아파 죽네. “ 병원에서 무척 흔하게 생기는 상황이지만, 병실에서의 씨름을 눈앞에서 목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간호사 입장도, 환자 입장도 너무 딱했다. 점점 늘어나는 입원 환자 수에 비해, 값싼 인력인 수련의 몇이 당직을 서는 종합병원은.. 2023. 10. 31. 절망과 희망 사이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다쳐서 응급실로 실려 온 지는 70일, 퇴원해서 일상으로 돌아간 지는 정확히 50일 만이다. 구정 지나 복귀를 앞두고, 일상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던 참이었다. 혼자 지내는 연습, 그리고 이전까지 해오던 기능을 회복하는 연습.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이 너무 앞섰던 건 아닐까 싶다. 이것 역시, 한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되찾으려는 욕망과 그로 인해 힘겨운 발악이었겠지만. 어제 새벽, 유난히 잠을 설치고 꿈에 쫓겼다. 싸우고 때리고 맞고 도망가는 모든 종류의 액션이 담긴 꿈이었는데, 일어나보니 식은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쳐다봤는데, 내 왼쪽 눈이 평소와 아주 달랐다. 지저분한 누런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는데, 코안 쪽으로는로는 역한 .. 2023. 1.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