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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2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의사로 겨우 복직한지 4일 차, 최근의 CT 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전신 마취 수술이 잡혔다. 다시 환자로 회귀하는 정체성에 온통 혼란과 불안을 느끼며, 잠자코 입원 전 검사와 수속을 진행한다. 흰 의사 가운 대신 얇은 분홍 가운을 걸친 나는, 엑스레이와 심전도를 찍히고, 팔을 걷어 붙여 기꺼이 피를 뽑힌다. ‘아씨 진짜 못 해먹겠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자꾸 짜증이 나고 나쁜 말들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힘든 상황을 마주한 나약한 인간은, 뾰족하고 걸걸해지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한다. 아마도 인간이 가장 취약해지는 공간인 병원 응급실에서, 욕설이 난무하게 되는 이유일테다. 그럴 수록 나와 상대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배웠다. 콜록 거리며 내 팔에 주사 바늘을 찔러 넣는 임상병리사에게,.. 2024. 1. 4.
피눈물 휴가를 가기 전부터 몸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혹시 몰라 했던 피검사에서도 콩팥 기능이 뚝 떨어지고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나, 동료들은 혈액 샘플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다. 혹시나는 역시나. 휴가 3일째 겨우 일어나 아침 7시 스트레칭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동생이 기겁한 목소리로 외친다. "언니 눈에서 피 나!" 황급히 손을 눈에 대서 확인해보니 축축하고 시뻘건 피가 묻어난다. 아찔하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지. 직업이 의사인 나조차도, 머리가 하얘져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여긴 베트남이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 거울에 나를 비춘다. 그리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피 나는 눈과 피묻은 손을 사진 찍는다. (신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 2023.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