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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4

나의 슬픈 최선, 필수의료 “엄마, 엄마 나 보여?" 중환자실 면회를 온, 내 또래의 딸 보호자가 의식이 혼미해진 환자를 소리쳐 흔들며 부른다. “지..혜야..” ‘엄마’라는 소리를 들은 환자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려 황달로 노래진 눈을 딸에게 겨우 맞춘다. 수염이 덥수룩 한 남편 보호자의 눈시울이 동시에 벌개진다. 오랜 간병으로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내가 1월에 수술 받으러 가기 전까지는, 혼자 입원해 있던 환자이었다. 51세의 나이에, 진행성 간암으로 마땅한 치료를 찾지 못했고 경제적 상황도 좋지 못했다. 발만 동동 구르던 새, 상태가 손쓸 수 없이 나빠졌고, 콩팥 기능마저 악화 되며 3일 전 중환자실로 이실했다. 보통의 병원 상황이었다면, 적극적인 투석과 삽관 등의 치료로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설득 했을 텐데, 그럴.. 2024. 2. 27.
서울의 봄 #서울의봄 을 최근에야 보았다. 2023년 연말에 개봉해 누적관객수 천삼백만이 넘은 영화다. 현 정권의 폭탄 같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증원 발표 후 전공의들의 임시대의원총회가 새벽까지 이어지던 날이었다. 여러 모로 마음이 혼란스러워 견디기 힘들었던 밤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가 일었다. 파워 게임에서 밀려 정의와 원칙이 손쓸 수 없이 무너지는 과정이 견딜 수가 없었다. 당시의 정확한 진실은 알 수가 없으나, 역사가 말해주는 분명한 사실은 하나 있었다. 이기는 자는 모든 것을 갖고, 패배한 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사실. Winner takes it all.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합동수사본부장 전두광(배우 황정민)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배우 정우성)이 대치하는 장.. 2024. 2. 16.
나는 나쁜 의사인가 (내과 전공의 3년차 시절 작성한 글입니다) 2주일 전, 우리 파트 1년차 선생님이 내과 수련을 포기했다. 평소 근면성실하고 열심이던 분이었는데, 아마 내과 의사로서 늘 맞닥뜨리게 되는 중환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원인 이었던 것 같다. 모두에게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만두게 한 원인을 분석 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첫 주는 행정상 휴가 처리를 한 채 다들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나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그렇다고 따로 연락해서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다. 파트 시니어 로서 할 일은, 그가 맡던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저 묵묵히 공백을 메꿔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주가 흘러갔다. 2년차 휴가 백을 포함하면 3주 째 차트를 잡고 있다. 그간 벌.. 2023. 12. 24.
필수 의료, 의료인의 삶과 존엄에 그 해답 있다 인권 (Human rights),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인권을 제도화 한 것은 혁명을 통해 근대시민사회가 이룩한 위대한 업적이다. 여기에는 생명 및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보건의료 서비스를 수혜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대한민국의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인간의 기본권과 평등성을 기반으로 누구나 저렴하고 질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립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심지어 재외국민, 국내 체류 외국인까지도) 대한민국 내에서 필수보건의료 혜택을 받는 데 큰 제약이 없다. ​문제는, 필수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관련 분야 의료인들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생명과 직결되는 '바이탈 과'의 전공의 지원 미.. 2022.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