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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증2

생존 Survival 조각조각 나서 일부는 사라져 버린 내 얼굴 뼈. 안구 주변의 뼈들이 부서진 탓에, 그리고 코와 연결되는 점막 장벽들이 무너진 탓에, 내 좌측 얼굴과 코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균을 막을 재간이 없다. 30대의 나는 정맥 항생제의 도움으로 한 차례의 위기를 잘 넘어갔지만, 40대, 50대, 60대, 70대의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말은, 내가 앞으로 견디고 싸워야 할 대상이, 남은 한쪽 눈으로 보게 될 좁은 시야가 아닌, 언제 어디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세균들과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잔뜩 긴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삶. 감염 징후에 촉각을 세우고 너무 늦기 전에 알아채야 지킬 수 있는 삶, 앞으로 나에게는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여유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30대에 생존.. 2023. 1. 21.
절망과 희망 사이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다쳐서 응급실로 실려 온 지는 70일, 퇴원해서 일상으로 돌아간 지는 정확히 50일 만이다. 구정 지나 복귀를 앞두고, 일상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던 참이었다. 혼자 지내는 연습, 그리고 이전까지 해오던 기능을 회복하는 연습.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이 너무 앞섰던 건 아닐까 싶다. 이것 역시, 한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되찾으려는 욕망과 그로 인해 힘겨운 발악이었겠지만. 어제 새벽, 유난히 잠을 설치고 꿈에 쫓겼다. 싸우고 때리고 맞고 도망가는 모든 종류의 액션이 담긴 꿈이었는데, 일어나보니 식은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쳐다봤는데, 내 왼쪽 눈이 평소와 아주 달랐다. 지저분한 누런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는데, 코안 쪽으로는로는 역한 .. 2023.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