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1 흉터 오른쪽 세 번째 손톱은 얼굴을 제외한 신체에 유일하게 남은 사고의 흔적이었다. 얼굴 뼈가 으스러지고 안구가 파열된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손톱을 제외한 팔다리가 멀쩡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당시 충격으로 흐물거리는 손톱이 걸리적거릴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 불가피하게 닥친 아픔의 흔적을 어쩌면 본능적으로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능과 효율이 떨어진 인간의 핑계 수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힘든 일은 담아 두는 것보다 돌파하고 지나가는 편이 여러모로 현명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가시밭길이라 한들, 살짝 찢기며 나아가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지도 모르니까.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결국 지나간다. 우주의 섭리에 따라 시간은 절대적으로 .. 2023. 3.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