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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이슈가 된다. 특히 유명하고 자극적인 스토리일 수록 사람들은 이를 소비하고자 한다.
생에 가까웠던 한 존재와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된,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난도질 하는 이들은, 죽은 이도 평안히 죽도록, 산 이도 평안히 살도록 도통 내버려 두질 않는다.
20대 시절, 가까울 수 있었지만 미처 눈치조차 못 챈 후배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나는 몇 차례나 또래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했다. 죽음은 어느덧 삶에서 꽤나 가까운 단어가 되었고, 내과 의사가 된 나는, 타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내는 일을 하게 됐다.
한때는 찬란 했을 수많은 생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고인 곁에 있던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한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죽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이기에, 죽음에 밀려 내팽개쳐져 있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도, 절대 모른척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었다.
까마귀떼 같은 대중에게 소비 당한 죽음 이후, 여전히 살아가야 할 이들의 공허감과 슬픔은 얼마나 클 것인가. 타인의 죽음을 존엄하게 지켜주는, 그리고 더 나아가 여전히 살아갈 남은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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