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핸드폰은 아침 8시와 저녁 6시에 두 번 알람이 울린다. ‘연주 안약 넣어주는 시간’이다. 다친 왼쪽 눈은 감염되는 걸 막기 위해, 반대쪽 눈은 안압이 높아지며 기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안약을 잘 넣어야 한다. 입원 중에는 그 횟수가 네 번이었다가, 세 번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두 번으로 줄었을 때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 눈을 스스로 뜨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퇴원 후 한참이 지나도록 내 눈에 대신 안약을 넣어주었다. 안약 넣는 것은 엄마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침 8시와 저녁 6시 알람이 울리면, 면봉으로 조심스레 내 눈을 벌려서 안약을 떨어뜨리고, 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언젠가 딱 한 번, 엄마가 왼쪽에 넣어야 할 약을 헷갈려 오른쪽에 넣은 적이 있었다. 그걸 알아채고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정작 본인인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엄마는 그걸 오래 마음에 담아두었다. 어느새 안약을 두는 침대 머리맡에는, 엄마가 꾹꾹 눌러 써 붙인 “안약 확인 후, 점안”이라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 마지막 주부터는 내가 직접 안약을 넣겠다고 선언했다. 새해에는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는, 혼자 하는 연습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매번 엄마가 옆에 와서, 내가 다친 눈을 잘 벌리는지, 혹시 병 끝이 닿지는 않는지, 떨어뜨리는 양은 적당한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피곤 했다.
내가 잘 해내는 걸 보여주어도, ‘연주 안약 넣는 시간’ 알람만큼은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엄마를 따라서 나도 내 핸드폰에 안약 알람을 설정해 두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아침 8시와 저녁 6시가 되면 핸드폰들이 아주 아우성치었다. 거기에 엄마의 ‘연주야 안약 넣어야지~!” 하는 소리가 더해지면, 빨리 넣어 버리지 않고서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따뜻하고 안전한 본가를 떠나 혼자 지내던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긴 날, 부모님이 떠난 방에 홀로 남은 나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 눈물은, 한 단계 일상과 가까워진 나 자신에 대해 대견함이요, 나를 지키고 보살펴준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죄송함이었을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안전했던 둥지를 떠나, 혼자 헤쳐 나갈 앞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전한 둥지를 떠나는 과정은, 시린 아픔을 동반한다. 힘겹게 둥지 밖으로 몸을 옮기는 아기 새에게도, 그런 아기 새를 떠나보내는 엄마 새에게도. 저녁 6시가 되자, 핸드폰 알람과 엄마로부터 전화가 동시에 울린다. “어, 엄마 나 안약 넣을게.” 하고 전화를 끊으며 나는 펑펑 울고야 말았다. 방이 너무 춥고 쓸쓸해서. 그리고 너무나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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