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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by 윙크의사 202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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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간호사아아아아아!!!!! 아파죽겠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진통제를 안 줘어!!!?”

수술 받기 위해 내가 입원한 병실은 정형외과 병동이었고, 내 맞은편의 환자는 7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무릎 관절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할머니였다.

“죄송해요. 환자분,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저희가 다섯 번이나 연락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직 답장이 없으세요 ㅠㅠ 지금 안 좋은 환자가 생긴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연락해 볼게요.”

“아니 뭐 이런 경우가 있어!!!! 아이고 아파 죽네. “ 병원에서 무척 흔하게 생기는 상황이지만, 병실에서의 씨름을 눈앞에서 목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간호사 입장도, 환자 입장도 너무 딱했다.

점점 늘어나는 입원 환자 수에 비해, 값싼 인력인 수련의 몇이 당직을 서는 종합병원은 밤이 되면 아비규환 그 자체로 변한다. 많게는 인턴 한 명이 수백 명의 환자의 술기, 처방, 동의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행여나 CPR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 인턴 여럿이 한 환자에 묶이면), 마치 교통사고가 나서 꽉 막힌 고속도로처럼 병원 안의 모든 의료 행위가 지체된다. 병목 현상도 이런 병목 현상이 없다.

그러니, 환자들은 아프고 서럽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이를 커버하는 간호사들도 다치고 힘들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한숨도 못 자고 미친 듯이 울려대는 콜폰을 쥔 채, 병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어린 의사도 불쌍하긴 매한가지다. 목숨이 오가는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이 폭탄처럼 터지고  응급실로도 밀려오는데, 아프다는 환자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 틈은 (당연히) 없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놔 줄 진통제가 잔뜩 준비되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는 아픈 걸 억지로 참아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그 와중에 온갖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들도 안타깝고, 제대로 배우기보다 값싼 인력으로 청춘을 바치는 어린 의사들도 안타깝다. 이 꽉 막힌 문제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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