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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Life, 아름다운 무기 지독하게 치료 받았다. 거짓말 안 하고 왕복 3시간, 막힐 땐 편도 3시간 까지 걸리는 거리로,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처음 한 달은 토일 가리지 않고 주 7일을 다녔고, 근무와 병행하면서는 그나마 주 5-6일로 줄여 다녔다. 체력이 약해지고 한 눈 운전이 서툰 나를, 부모님과 동생이 번갈아 태워 다녔다. 1시간 반-2시간 남짓 걸리는 치료시간과 왕복 소요되는 3-4시간을 합치면 하루를 통으로 비워야 했다. 가족들은 시간과 기회 비용을 기꺼이 감내해 주었다. 경치도 좋고 운동도 되니 좋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을 덜어주려 하는 말인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모든 것이 찐사랑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극한 희생과 헌신의 과정이었다.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동안, 거의 모든 끼니는 차에서 해결했다. 나 .. 2023. 5. 2.
프로포폴, 위험한 약인가? 프로포폴, 사실 알고 보면 효과 빠르고 좋은 약인데, 중독되고 남용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검사 받고 안전하게 치료 받는 그날까지. https://youtu.be/S-RSCijlhjo 프로포폴, 내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이야기 합니다. 2023. 4. 29.
젊은의사협의체 발대식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젊은의사협의체의 공동대표를 맡게 된, 내과 전문의 서연주입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 모두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습니다. 환자를 최선으로 돌보기 위해 스스로 돌보는 것은 포기하기도 했고, 의료계의 안녕을 위해 나의 안녕을 내려 놓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지치고 힘들어 눈 감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Why 왜’라는 질문에도, ‘How 어떻게’라는 질문에도 답을 낼 수가 없어 방황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for what, 무엇을 위해’ 라는 질문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우리는 ‘환자도, 의사도,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 그리고 ‘다함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2023. 4. 23.
나는 심하지 않은 장애인입니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민간 단체에서 1972년부터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에 이어, 1981년부터 국가에서 공식적인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해왔다고 한다. 서른셋에 사고로 한쪽 눈을 잃게 되기 전까지, 나는 부끄럽게도 ’장애인의 날‘의 존재도 몰랐다. 장애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 아직은 익숙지 않은 초보 장애인 당사자로서 내가 느낀 바를 조금 풀어보려고 한다. 실명 장애를 받아들이며, 장애 등록 절차를 알아보던 날이 떠오른다. 포털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장애 등록에 정확히 어떤 서류와 절차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었다. 블로그 글의 감질나는 정보 끝에는 “더 궁금하시면 이 번호로 연락하세요~” 라는 멘트와 보험설계사 명함이 떡 하니 올라와 있었다.. 2023. 4. 23.
애플워치 8 (Apple watch series 8) 애플워치를 선물받았다. 오랜 친구지만, 오랫 동안 못 보고 지낸 친구가 선물해줬다. 사고 나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통화에서, 친구는 오른쪽 눈의 녹내장으로 실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마음이 힘들다 했다. 나는 친구에게 꼭 꼭 건강 관리 잘 해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꼭 병원에 빨리 가보라고 신신 당부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갑작스런 사고로 상황이 뒤바뀌며, 난데 없이 내가 한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다. 실명이란 것이 우리 나이 대에 흔한 일은 아닌데, 우리(친구와 나)에겐 어쩌다보니 흔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친구한테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어렵고 고민되었던 이유는 그래서였다. 친구가 실명이란 어두운 그림자를 자기 것처럼 받아들일까 봐. 그래서 더욱 울적하거나 불안해 할까봐. 고민.. 2023.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