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13 안약 엄마의 핸드폰은 아침 8시와 저녁 6시에 두 번 알람이 울린다. ‘연주 안약 넣어주는 시간’이다. 다친 왼쪽 눈은 감염되는 걸 막기 위해, 반대쪽 눈은 안압이 높아지며 기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안약을 잘 넣어야 한다. 입원 중에는 그 횟수가 네 번이었다가, 세 번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두 번으로 줄었을 때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 눈을 스스로 뜨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퇴원 후 한참이 지나도록 내 눈에 대신 안약을 넣어주었다. 안약 넣는 것은 엄마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침 8시와 저녁 6시 알람이 울리면, 면봉으로 조심스레 내 눈을 벌려서 안약을 떨어뜨리고, 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언젠가 딱 한 번, 엄마가 왼쪽에 넣어야 할 약을 헷갈려 오른쪽에 .. 2023. 1. 3. 다음 단계, Next step 언제나,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가 그랬다. 아직 나는 경험한 적이 없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이 결혼 전날 잠을 설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한쪽 눈을 잃은 후의 내 경우에는, 병원에서 퇴원 후 본가로 들어갈 때와 가족들이 함께 사는 본가를 떠나 나의 독립된 오피스텔로 옮기는 일이 그랬다.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던 때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들이었다. 객관적으로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을 겪었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나의 주관적인 힘듦과 아픔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2023. 1. 2. 사고 소식 알리기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갑작스럽게 닥쳐온 불행 이후, 이를 주변에 알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아끼는 누군가는 “눈을? 눈을 다쳤다고? 그래서 어떻다고?”라고 반복이다. 끝내 ‘실명’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오열했고, 누군가는 나와 함께 울먹이는 듯 한참을 말을 못 하기도 했다.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에는, 참 믿기 어렵고 또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사건 사고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믿기 힘든 이 갑작스러운 불행을, 타인에게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일단은 나 스스로 이 불행을 온전히 삼키고 견딜 수 있어야 했고, 그리고 나서는 겹겹이 쌓여있던 약속과 만남 들에 나의 갑작스러운 불참 사유를 전해야 했다. 다른 이들의 삶이 나의 갑작스러운 불행 때문에 곤란해지거나 엉키.. 2022. 12. 2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