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3 시간의 힘 모임이 많은 연말 시즌이다. 일이년이 인생에서 별 것 아니라 여겼었는데, 그동안의 변화를 떠올리면 엄청난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한 개인에게 닥친 큰 변화를 딛고, 사회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다. 갑작스레 생긴 결핍에 몸부림 치던 때도 있었고, 구멍을 메우다 넘쳐 버린 욕망에 지쳐 있을 때도 있었다. 다쳐서 병상생활을 하는 바람에, 한 해를 건너뛰어 연말 모임에 참석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어느덧 바뀌어 있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면, 아주 날카롭고 뾰족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감정적으로 가까운 순서부터 표출의 대상이 되었다. 딸의 갑작스런 사고에 괴로움을 덮어쓴 부모에게는 ‘엄마 아빠는 눈이 두 개라 날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쏟아냈고, 웃고 떠들며 마음을 나.. 2023. 12. 23. 나를 바꿔야 살 수 있는 삶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30살에 대장암 수술을 하고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동안의 투병기간에, 자신의 삶을 점철한 단어가 ‘생존’이었다면, 연주는 어땠을까 싶었다며. 말문이 막힌 나는,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생존’이라는 단어를 운운하긴 했지만, 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내 시야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경계에 놓여 있었고, 나의 정체성은 정상인과 장애인의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으며, 나의 역할 또한, 의사와 환자 그 사이 중간 정도에 있었다. 나는 그렇게, 그 어디에도 확실히 속하지 못한 애매한 경계에 있었다.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보았다. 죽음의 공포가 드리운 암 투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의 시간도 나름 치열 했었는데.... 2023. 11. 30. 관계 Relationship 관계들에 대해 생각한다. 있으면 좋은 관계와 있어도 되는 관계, 없으면 안 되는 관계와 혹은 없어져야만 하는 관계. 삶은 단편적이지 않고 유동적으로 흐르기 마련이지만, 사람들은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규정하고 싶어 한다. 규정하고 싶은 ‘마음’과 규정돼야 한다고 여기는 ‘강박’ 간에는 일종의 피아식별조차 어렵다. 결코 규정되지 않거나 혹은 절대적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크고 작은 고통을 받는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름지기 OO 관계 (친구든, 연인이든, 부모-자식이든, 상사-부하든 간에) 는 이래야 한다고 정답 아닌 정답을 정해 놓는다. 감정적, 체력적 여유가 있었을 때는 상대의 보폭에 맞추어 나도 조금은 움직일 수 있었는데, 여유와 함께 관계의 유연성 또한 잃어버렸.. 2023. 3.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