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2 터널 Tunnel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치고 피로한 어머니는 고개가 꺽인 채 잠에 들었고, 마찬가지로 피로할 아버지는 꿋꿋이 운전대를 잡은 채 발을 옮긴다. 뒷좌석에 태운 다친 딸을 위해서라면, 세상 어디라도 갈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와. 기꺼이 손발이 되어주는 앞좌석의 지친 부모를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딸. 마침내 터널 끝에 다다르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2023. 6. 11. 위기 Crisis 왠지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내게 닥쳐온 위기는 너무 크고, 그에 비해 나는 너무나 작아 보일 때. 견딜 힘이 부족해 더 이상 나를 꾸며내지 못하고, 닳고 닳아 연약한 내면이 드러나 보일 때. 지금까지 어떻게든 붙잡고 있던 끈을 탁 놓쳐버릴 것 같을 때.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누가 했는가. 그건 위기를 지나친 승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정신 없이 닥쳐오는 커다란 위기에 깔려 뭉개진 패자 에게는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무너뜨리는 위기는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데, 가만 살펴보면 인간의 한계가 이 쯤 이라니 아주 허무하고 또 하찮게 느껴질 뿐이다. 밖의 세상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내 모습이 싫고, 또 소중한 이들에게 못나게 굴었던 내 모습이 후회 스럽다. 그렇게 차곡차.. 2023. 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