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5 그린북 Green book 새해에 수술을 받고 방문한 외래 진료에서, 또 다시 새로운 수술 일정을 잡았다. 예상한 일이었다. 퇴원한지 얼마 안 되어 눈물이 줄줄 흘렀기 때문이다. ‘눈물길이 막혔구나.’ 예상은 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제 7번째 전신마취 수술이 될 터였다. ‘이번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를 자꾸 반복하고 있는 거 보면, 함부로 ’마지막이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되는가 보다. 퉤퉤퉤 사실 최근 수술 후 몸도, 마음도 지쳐서 침대에 늘어져 있었다. 약을 바르려고 일어나 거울을 볼 때마다, 새로 난 흉터와 무감각, 부은 얼굴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청룡처럼 앞으로 나아갈 거라 기대한 새해가 뜻대로 되지 않아 실망한 탓도 있었다. 그러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어서 정신을 차리고 밖에 나갔다. 퇴원 후 3일 째.. 2024. 2. 9.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 올해를 넘어가는 연말, 나는 예상치 못한 벽에 가로 막혀, 또다시 한계를 마주하는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그간의 다양한 노력이 무색 하게도, 안구를 받치고 있는 티타늄 임플란트에 엉겨 붙은 염증이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기존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다시 넣는 대수술을 감행 하기로 했다. 그토록 무서웠던 가짜눈알 에도 익숙해졌고,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고 다친 눈이 어느 쪽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이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시점이었다. 1월 말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려 준비를 했었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혹시나 기술이 해결할 영역이 없을지 궁금했다. 솔직하게는, 구글, 애플 등 실리콘 밸리 굴지의 기업과 스탠포드, UCSF 등에서 일하는 동기들을 만나 시야를 .. 2023. 12. 29. 수술방의 인연들 “연주야 괘안노 대단하다 잘될거다” “누나 저 XX에요. 수술 잘 받으세요” “언니 마음 놓고 푹자. 옆에 있을게“ “연주야 걱정 마라. 최선을 다하마” “언니 괜찮아요? 아파요?” 수술방에서, 회복실에서, 인생의 귀인들을 많이 만났다. 인생의 위기는 이런 인연들 덕분에 귀한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모든 지나간 일들에는 다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시의 내가 진심과 최선을 다 했다면, 말이다. -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앞으로 남은 단계들도 차곡차곡 나아가볼게요 😉 2023. 7. 30. 절망과 희망 사이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다쳐서 응급실로 실려 온 지는 70일, 퇴원해서 일상으로 돌아간 지는 정확히 50일 만이다. 구정 지나 복귀를 앞두고, 일상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던 참이었다. 혼자 지내는 연습, 그리고 이전까지 해오던 기능을 회복하는 연습.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이 너무 앞섰던 건 아닐까 싶다. 이것 역시, 한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되찾으려는 욕망과 그로 인해 힘겨운 발악이었겠지만. 어제 새벽, 유난히 잠을 설치고 꿈에 쫓겼다. 싸우고 때리고 맞고 도망가는 모든 종류의 액션이 담긴 꿈이었는데, 일어나보니 식은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쳐다봤는데, 내 왼쪽 눈이 평소와 아주 달랐다. 지저분한 누런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는데, 코안 쪽으로는로는 역한 .. 2023. 1. 14. 고통에 대한 회고록 2022.12.18 - [분류 전체보기] -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2022년의 마지막 가을, 11월 첫 주 주말이었습니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교수님들과 병원 대강당에서 세미나를 같이 듣고, 또 뒷정리를 함께 했던 기억만 뚜렷하게 남 playdang.com 사고 당일인 11월 6일 응급 안구 봉합술 (2.5시간), 11월 14일 유리체 절제술 (3시간), 11월 18일 다발성 안면부 골절 에 대한 재건술 (6.5시간) 까지 약 2주 동안 총 세 차례, 총합 12시간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마취에서 깨는 순간, 좌측 안면부와 두피 쪽으로 강렬하고 타는 듯한 두통이 느껴졌습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도의 통증이었고, 그 실체가 가늠이 .. 2022. 12.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