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얼굴2

눈동자야, 너 참 예뻤었다. 눈동자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외적 칭찬을 담기에 보편적인 ‘얼굴’ 이나 ‘눈’ 이 아닌, 구체적으로 ‘눈동자’였던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절대적인 눈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는데, 상대적인 눈동자의 크기가 다른 사람의 것 보다 커서 였을까. 어릴 때는 공포영화 ‘주온’에 나오는 토시오의 눈 같다고 할 정도로, 내 작은 두 눈은 까만 눈동자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동자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으쓱하면서 다시 한 번 내 눈동자를 들여다 보곤 했다. 화려하게 예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선하고 깊어 보이는 구석이 있다 싶어 꽤 마음에 들었다. 간혹 거울 속 내 눈동자에 비친 또 다른 나를 쳐다보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거울을 볼 때 나는 눈동자를 기준 삼아 얼굴을 갸우뚱 하.. 2023. 2. 24.
생존 Survival 조각조각 나서 일부는 사라져 버린 내 얼굴 뼈. 안구 주변의 뼈들이 부서진 탓에, 그리고 코와 연결되는 점막 장벽들이 무너진 탓에, 내 좌측 얼굴과 코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균을 막을 재간이 없다. 30대의 나는 정맥 항생제의 도움으로 한 차례의 위기를 잘 넘어갔지만, 40대, 50대, 60대, 70대의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말은, 내가 앞으로 견디고 싸워야 할 대상이, 남은 한쪽 눈으로 보게 될 좁은 시야가 아닌, 언제 어디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세균들과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잔뜩 긴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삶. 감염 징후에 촉각을 세우고 너무 늦기 전에 알아채야 지킬 수 있는 삶, 앞으로 나에게는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여유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30대에 생존.. 2023.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