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하기
뭐든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어렵다. 현실의 인간세계는 대체로 꽤나 고달프기에, 눈을 질끈 감거나 자꾸 피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현실이 아닌 가상의 것을 믿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의 것에 기대기도 하고, 혹은 그조차도 안 되어 지나가버린 과거의 것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모든 것이 고달픈 지금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작은 욕망이 아닐까. 현실을 온통 피하고 도망 다니던 나는, 다시 하나씩 마주하는 연습 중이다. 눈을 굴리면 티가 나서 앞만 보게 만드는, ‘의안’을 다시 끼기로 한 것이 그 첫번째 시작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하고 싫었는데, 이제는 뭐 꽤 괜찮고 맘에 든다. 역시 많은 경우, 정면 돌파가 답이다. 언젠가 교수님은, 어떤 눈이 다친 눈이냐고, 심지어 의안이 ..
2023. 11. 26.
새로운 미션
사실 요새 좀 힘들었었다. 일상 복귀 과제를 억척같이 수행하고 나니 피로감이 밀려왔고, 또다시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일들을 쳐내지 못하니 숨막혀 죽을 것 같았다. 포기한다는 것은, 나같은 인간에게는 아주 쉽지 않은 행위다. 눈에 보이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면 모든 것이 안정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왠걸. 관계, 꿈, 돈, 사랑 등 추상적이고 사치스러운 욕구들이 빠르게 날 둘러쌌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까봐 두려운 마음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 서글픈 마음이 동시에 나를 힘들게 괴롭혔다. 의안 연습을 하면서, 보통 때보다 충혈되고 혼탁해지는 눈이 걱정됐었다. 의안사 선생님께, 위축되어 함몰된 눈을 교정하기 위해, 안구함몰 성형 수술을 받으면 어떻냐고 물었다. 이전까지 늘 온화한 표정이었던 의안사..
2023.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