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윙크의사 일기

새로운 미션

by 윙크의사 2023. 7. 9.
728x90

사실 요새 좀 힘들었었다.

 

일상 복귀 과제를 억척같이 수행하고 나니 피로감이 밀려왔고, 또다시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일들을 쳐내지 못하니 숨막혀 죽을 것 같았다. 포기한다는 것은, 나같은 인간에게는 아주 쉽지 않은 행위다.

 

눈에 보이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면 모든 것이 안정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왠걸. 관계, 꿈, 돈, 사랑 등 추상적이고 사치스러운 욕구들이 빠르게 날 둘러쌌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까봐 두려운 마음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 서글픈 마음이 동시에 나를 힘들게 괴롭혔다.

 

의안 연습을 하면서, 보통 때보다 충혈되고 혼탁해지는 눈이 걱정됐었다. 의안사 선생님께, 위축되어 함몰된 눈을 교정하기 위해, 안구함몰 성형 수술을 받으면 어떻냐고 물었다. 이전까지 늘 온화한 표정이었던 의안사 선생님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쪽 눈은 이제 포기하세요.' 라고.

 

기대는 자꾸 실망을 불러 일으키고, 반복된 실망은 인간을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어쩔 때는 한번의 단호한 포기가, 인간을 더욱 성장시키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 의안사 선생님은, 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앞에 앉아 있는 젊은 환자가, 의미 없는 기대를 통해 아까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길 원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내가 눈이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의 신체적 한계는 이제 '극복' 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내게 생긴 변화는, 그저, '포기'하고 '이해'하며, 결국은 '안고'가야 하는 불편한 특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새롭게 받아들이자. 새로운 미션으로, 그리고 어쩌면 특별한, 나의 새로운 꿈으로.

 

영종도 바다가 보이는 어느 까페에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