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이야기
성형외과 외래 진료실을 방문했다. 3개월 만이다. 작년 11월, 서른셋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안구가 파열되어 한 쪽 시력을 잃었고, 올해 1월, 부러진 얼굴 뼈를 붙여 둔 임플란트에 농양이 생겨 다시 입원했다. 올해 3월, 가까스로 의사 본업으로 복귀했으나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반쪽은 의사, 반쪽은 환자로 살며, 두 존재 모두의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5월, 기적적으로 상태가 좋아져, 의사라는 본업으로 완전 복귀에 성공했다. “교수님, 저, 눈이 떠져요” 양쪽 눈을 모두 뜨고 깜빡이는 나를 보며, 교수님은 “전생에 좋은 일을 했나 보다”고 했다. 그토록 심한 사고 이후, 눈꺼풀이 다시 떠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고 했다. 감사..
2023. 5. 18.
진정한 행복
“엄마, 나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나 다친 다음에 진짜 행복해. 나 안 다쳤으면 가족들한테 마음 터놓는 법도 모르고, 집에 잘 오지도 않고, 그렇게 살았을 거야.” “응, 엄마도 행복해. 아빠랑도 더 돈독해지고, 우리 연주도 자주 보고.” 한눈을 잃은 후, 나는 더 행복해졌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건 진짜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아서일 거라고? 글쎄, 모두가 예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불편하다. 심지어는 투병 생활 내내 곁에서 함께 했던 엄마도 모를 만큼. 1. 시야 : 갈가리 찢어진 번개 모양의 지각이 왼쪽 시야에 남아 있어 오른쪽과 겹친다. 겹쳐 보이는 모든 장면은 뿌옇고 번잡스럽다. 찢어진 모양이 꼭 내 눈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2. 감각 : 왼쪽 뺨과 코, 입술까지의 ..
2023.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