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3 짜증 Annoying 병원에만 가면 짜증 내고 싸우게 되는 일이 생긴다. 몸 상태를 평가할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직전이라 잔뜩 긴장해 있는 데다가, 이놈의 병원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게다가 길은 길대로 막히고, 주차는 왜 이리 어렵고, 외래 위치는 왜 이렇게 찾기 힘든지. 진료가 끝나고는 ‘내가 잘 알아들었나’ 혹은 ‘꼭 이건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는 미심쩍은 불안함과 아쉬움이 남아 내 머리는 온통 복잡하다. 마치 그동안 치른 시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랄까. 틈새를 비집고 보호자는 자꾸 나를 재촉하거나, 혹은 어디론가 사라져 가뜩이나 힘든 나를 허둥지둥하게 만든다. 어디론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보호자를 양손에 꼭 붙잡고, 수납대에 번호를 찍으려는데, 양팔에 외투와 가방 하나씩을 걸치고 있자니 여간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 2023. 1. 30. 연휴 Holiday 연휴 전체를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어렵게 와준 가족과 친구들도 얼굴 잠깐 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워낙 긴 연휴라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명절 연휴 기간, 당직 의사로 병원을 지킨 적은 있어도, 환자로 남아 있던 적은 처음이라 이 고요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생소하다. 마치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듯싶다. 수술 부위 감염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 끝나고 계획했던 나의 복귀, 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도. 엄마도 두 번째 입원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치 눈물 콧물 삼켜가며 산을 오르다, 정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온 것 같았다. 무릎을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눈앞이 온통 흐려, 정.. 2023. 1. 24. 절망과 희망 사이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다쳐서 응급실로 실려 온 지는 70일, 퇴원해서 일상으로 돌아간 지는 정확히 50일 만이다. 구정 지나 복귀를 앞두고, 일상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던 참이었다. 혼자 지내는 연습, 그리고 이전까지 해오던 기능을 회복하는 연습.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이 너무 앞섰던 건 아닐까 싶다. 이것 역시, 한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되찾으려는 욕망과 그로 인해 힘겨운 발악이었겠지만. 어제 새벽, 유난히 잠을 설치고 꿈에 쫓겼다. 싸우고 때리고 맞고 도망가는 모든 종류의 액션이 담긴 꿈이었는데, 일어나보니 식은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쳐다봤는데, 내 왼쪽 눈이 평소와 아주 달랐다. 지저분한 누런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는데, 코안 쪽으로는로는 역한 .. 2023. 1.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