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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3

새로운 미션 사실 요새 좀 힘들었었다. 일상 복귀 과제를 억척같이 수행하고 나니 피로감이 밀려왔고, 또다시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일들을 쳐내지 못하니 숨막혀 죽을 것 같았다. 포기한다는 것은, 나같은 인간에게는 아주 쉽지 않은 행위다. 눈에 보이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면 모든 것이 안정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왠걸. 관계, 꿈, 돈, 사랑 등 추상적이고 사치스러운 욕구들이 빠르게 날 둘러쌌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까봐 두려운 마음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 서글픈 마음이 동시에 나를 힘들게 괴롭혔다. 의안 연습을 하면서, 보통 때보다 충혈되고 혼탁해지는 눈이 걱정됐었다. 의안사 선생님께, 위축되어 함몰된 눈을 교정하기 위해, 안구함몰 성형 수술을 받으면 어떻냐고 물었다. 이전까지 늘 온화한 표정이었던 의안사.. 2023. 7. 9.
선택 The Choice 힘든 순간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불안한 마음이 어찌 들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서른 남짓, 앞으로 살아갈 삶은 그보다 더 긴 것을. 다만 나는, 뒤돌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남은 한쪽 눈으로는 앞을 보자고 선택했을 뿐이다. 선택할 수 없는 것을 과감히 버리니, 아이러니 하게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었다. 파도가 모래에 스며들 듯, 생각과 마음도 서서히 적셔들었다. 내가 나를 받아들임으로써, 나는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을 선택하니, 감사하게도 많은 이들이 내 앞에 서 있다. 모든 것은 스스로가 선택하기 나름인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2023. 6. 11.
삶 Life, 아름다운 무기 지독하게 치료 받았다. 거짓말 안 하고 왕복 3시간, 막힐 땐 편도 3시간 까지 걸리는 거리로,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처음 한 달은 토일 가리지 않고 주 7일을 다녔고, 근무와 병행하면서는 그나마 주 5-6일로 줄여 다녔다. 체력이 약해지고 한 눈 운전이 서툰 나를, 부모님과 동생이 번갈아 태워 다녔다. 1시간 반-2시간 남짓 걸리는 치료시간과 왕복 소요되는 3-4시간을 합치면 하루를 통으로 비워야 했다. 가족들은 시간과 기회 비용을 기꺼이 감내해 주었다. 경치도 좋고 운동도 되니 좋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을 덜어주려 하는 말인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모든 것이 찐사랑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극한 희생과 헌신의 과정이었다.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동안, 거의 모든 끼니는 차에서 해결했다. 나 .. 2023.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