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래 묵은 것들의 끝인가 아니면 신선한 것들의 시작인가. 기존 것의 마무리인가 아니면 새로운 것을 위한 준비인가. 어쩌면 정리의 본질은, 그 중간 어디의 모호함에 담겨 있다 함이 진실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정리’라는 표현에 복잡 다양한 것을 담는다. 예를 들어, ‘책상을 정리하다’는 표현에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결의가 숨어 있고, ‘마음을 정리했다‘라는 표현에는 덤덤하고 구슬픈 감정 끝자락이 담겨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작과 끝의 모호한 경계에 위치한 이 물리적 행위에 나 또한 많은 것을 담았다. 두 눈 성했던 과거 시절과의 이별을 고했고 한 눈으로 받아들일 미래와의 조우를 담았다. 두 눈 짜리 과거는 찬란했지만 동시에 어지러웠고, 한 눈 짜리 미래는 불편하겠지만 한편으로 담백할 것이라고 되뇌이면서.
행위에 너무 많은 생각을 담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쳤었나보다. 마치 위장에 너무 많은 것을 넣다 보면, 탈이 나고 토해 내게 되는 것처럼. 복귀를 욕심내며 서둘러 방 정리를 마친 후, 눈에서 흘러 나온 고름이 이를 증명해준다. 아직도 육체의 삐걱거림을 알아채지 못하는 초보 인간인 탓이다.
많은 걸 담으면서도 재빠른 끝을 욕심냈다. 양과 속도가 완성도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찬가지로, 완벽한 끝이 훌륭한 시작을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닐테다. 다음 번에 정리할 일이 생기면, 행위가 가지는 양면적인 본질에 어울리게 물 흘러가듯 슬렁슬렁 가볍게 헤쳐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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