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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대한민국 바이탈과 의사들이여

by 윙크의사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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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눈을 다쳐 전신 마취 수술을 세 차례나 받고 이후 회복하는 동안, ‘내과 전문의‘인 내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본과 실습 때 다 보고 배웠던 것이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내과 진료에 집중하면서 다른 지식은 흘러 나가도록 두었다. 보통 큰 병원에서는 내과가 입원 환자가 제일 많은 데다, 고령의 중환자들을 맡고 타 수술 과들을 백업하기에 ’내과는 의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힘든 만큼 자부심도 높기에 ‘내과 자부심 (aka 내부심)’에 똘똥 뭉쳐 버틴다. 간혹 협진 요청을 하는 타과에게 까다롭고 예민하게 굴기도 해서, ‘내썅 (aka 내과X년)'이란 별명이 붙기도 한다. 

 

응급실로 실려와 수차례의 안구 및 얼굴 뼈 복원 등의 수술과 회복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안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신경과 등 수많은 다른 과 의사들이 신경 쓰고 고민해 주었다. 내부심으로 무장하고 수련 받는 동안 다른 과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내과 지식 일부분으로 의료의 모든 영역을 다 커버 할 수 있다고 자만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정말 고맙게도, 본인이 다친 영역엔 문외한인 깍두기 내과 의사 곁에, 똑똑한 다른과 친구들이 많았다. 본인의 전문 분야를 빛내며 이것 저것 대신 챙겨주는 동료, 선후배들이 그렇게 멋지고 든든할 수가 없다. 의료의 모든 범위에서 환자에게 목숨처럼 소중하고 중요한, 혹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나아질 여지가 있는 영역이바이탈 아닐런지. 오늘도 나의바이탈', 대한민국 환자들의바이탈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모든 의사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대한민국 의사들이여,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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