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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비효율 Inefficiency

by 윙크의사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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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에 집착하던 삶이 무너졌다. 특히 병원 진료받는 것이 그렇다. 예약 시간과는 무관한 것이 진료 차례이다. 이름이 호명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한 채로. 

 

보호자가 대동할 때는 2인분 때론 3인분의 시간을 빼먹는다. 진료 대상자인 아픈 본인은, 멀쩡한 보호자의 품이 두 배로 들어가는 것이 미안하다. 거진 두 배의 세월을 살아온 부모가 보호자인 경우는 특히나 그렇다. 

 

안은 무척이나 고되겠구나 지레짐작하면서도, 진료실 밖의 수동적인 시간 흐름이 어색하다. 기다리라 하면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환자 입장이고, 그 마음이 그토록 슬프고 무기력한지 이전의 나는 몰랐다. 일부는 큰 소리로 화를 내곤 하는데, 정당하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소동이다. 

 

하지만, 경험상 안의 상황도 만만치는 않다. 입을 적실 새도 없이 환자가 밀려 들어온다. 자세한 설명에 더해 따뜻한 말 한자락 건네는 의사가 있다면, 본인 끼니 챙길 시간을 깎아 환자에게 선의로 내어주는 좋은 의사임을 잊지 말자. 

 

이전에는 밥 안 먹고 잠 안 자고 어떻게 그렇게 일했나 모르겠다.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비효율적인 현재는 쉼과 동시에 고통이다. 누워서 혹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탓에 엉덩이 꼬리뼈 부근의 살갗이 까졌다.

 

인턴 때 널널한 과를 도는 친구에게, “욕창(pressure sore,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을 경우 피부가 짓무르고 벗겨지는 상태) 생긴다며 놀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마냥 좋은 줄 알았다.

 

전문직 의사로서의 고효율 기능은 고사하고, 일인분의 인간 역할을 해내기도 쉽지 않다. 세끼 식사를 챙기고, 세 번 항생제를 삼키고, 안약 세가지를 네번씩 나눠 눈에 떨어뜨리는 일에 무척이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생존 자체의 효율이 무너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매일 병원에 들러 살갗을 찌르고 주사항생제를 맞게 지금은 더하다. 일인분 인간의 역할을 넘어, 전문적 기능이 가능한 고효율 인간 (Efficient human) 되는 날이 다시 오면 무척이나 기쁘고 벅찰 것이 틀림없다. 때까지, 자신 파이팅이다. 

 

기다림의 연속을 받아들이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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