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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슬픔 나눠 들기

by 윙크의사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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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치면서, 타인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용기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다. 타인에게 생긴 큰 불행은, 사실 걱정을 빙자한 이야깃거리가 되기 쉽다. 그리고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는 부분도 안다. 하지만, 마음을 쓰고 용기를 내고 연락을 해 주는 것, 그리고 기꺼이 그 슬픔을 나눠주고자 나서는 것은, 그 어려움을 초월함으로써 당사자에게는 훨씬 더 가치 있고 숭고한 위로로 다가간다.

 

너무 큰 불행이라 생각되어 다가가기 어렵다면, 더 세심하게 마음을 쓰는 노력을 하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 또한 언어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문제다. 당사자 뒷편에서 잠깐 스쳐가는 걱정 혹은 연민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거기서 더 가까이, 그리고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마음의 차이를 만들고, 관계의 깊이를 규정하고, 또 비록 불행일지라도, 혹은 불행 이었기에 그 어떤 상황보다 강렬한 위로를 남긴다.

 

이 모든 것은, 지난 삶 동안 내가 기꺼이 함께 하지 못했던, 타인의 슬픔에 대한 자아 성찰 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외면한 타인의 불행 상황에서, 모든 것은 나의 귀찮음, 모호함, 그리고 비겁함 이었다. 왜 그리 가벼운 마음으로, 걱정하는 척을 했었는지. 왜 그리 비겁하게,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말을 내뱉었는지. 후회와 부끄러움을 남긴 지난 세월 대신, 내 삶에 닥친 예기치 못한 불행은, 타인의 슬픔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꾼 결정적이고, 또 가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슬픔을 기꺼이 함께 나누어준 많은 이들의 위로 덕에, 나는 생각보다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앞으로 나는, 고통과 슬픔에 빠진 타인에게, 치의 계산이나 머뭇거림 없이 더욱 많은 시간과 용기와 마음을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최선의 위로에 대해 고민하고, 다가가고 용기 내어 슬픔을 기꺼이 함께 나눠질 것이다. 진정한 위로의 가치는, 이렇게 순환하며 슬픔의 총량을 줄인다는 것에 있다. 만큼 받는 관계보다,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 기꺼이 나누는 마음이,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거라 믿는다. 

 

때론 나눠 들기가 필요할 만큼 슬픔의 크기가 크거나, 내가 작아질 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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