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치면서, 타인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용기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다. 타인에게 생긴 큰 불행은, 사실 걱정을 빙자한 이야깃거리가 되기 쉽다. 그리고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는 부분도 안다. 하지만, 마음을 쓰고 용기를 내고 연락을 해 주는 것, 그리고 기꺼이 그 슬픔을 나눠주고자 나서는 것은, 그 어려움을 초월함으로써 당사자에게는 훨씬 더 가치 있고 숭고한 위로로 다가간다.
너무 큰 불행이라 생각되어 다가가기 어렵다면, 더 세심하게 마음을 쓰는 노력을 하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 또한 언어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문제다. 당사자 뒷편에서 잠깐 스쳐가는 걱정 혹은 연민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거기서 더 가까이, 그리고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마음의 차이를 만들고, 관계의 깊이를 규정하고, 또 비록 불행일지라도, 혹은 불행 이었기에 그 어떤 상황보다 강렬한 위로를 남긴다.
이 모든 것은, 지난 삶 동안 내가 기꺼이 함께 하지 못했던, 타인의 슬픔에 대한 자아 성찰 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외면한 타인의 불행 상황에서, 모든 것은 나의 귀찮음, 모호함, 그리고 비겁함 이었다. 왜 그리 가벼운 마음으로, 걱정하는 척을 했었는지. 왜 그리 비겁하게,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말을 내뱉었는지. 후회와 부끄러움을 남긴 지난 세월 대신, 내 삶에 닥친 예기치 못한 불행은, 타인의 슬픔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꾼 결정적이고, 또 가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슬픔을 기꺼이 함께 나누어준 많은 이들의 위로 덕에, 나는 생각보다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앞으로 나는, 고통과 슬픔에 빠진 타인에게, 한 치의 계산이나 머뭇거림 없이 더욱 많은 시간과 용기와 마음을 쓸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최선의 위로에 대해 고민하고, 또 다가가고 용기 내어 슬픔을 기꺼이 함께 나눠질 것이다. 진정한 위로의 가치는, 이렇게 순환하며 슬픔의 총량을 줄인다는 것에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 기꺼이 나누는 마음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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