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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쪽 눈 실명이라는 큰 사고를 딛고 새롭게 맞이한 첫 해다. 안개처럼 뿌연 앞날에 대한 보상 심리였을까,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면, 나름의 허황되고 부푼 꿈에 둘러쌓여 있었다.
상실을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자만하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했다. 하지만 그 새로운 한 해를 받아들이기가 무섭게, 마치 주인의 오만을 비웃듯 눈에서는 고름이 흘러나왔다.
불안과 두려움을 잔뜩 안고, 눈물과 좌절을 애써 감추며, 새해 첫달의 절반을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명절 연휴 텅 빈 병원을 ‘환자’가 되어 지켰던 시간은, 어쩌면 하늘이 허락한 새해 선물이었다. (‘의사’로 명절 연휴를 병원에서 보낼 땐 너무 바빠 지옥 같았는데..)
스스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며, 폭주 기관차 처럼 달려온 삶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거창하고 허황된 꿈들을 내려놓고, 작고 소박한 목표들을 하나씩 해나가보자고.
그리하여, 나는 다이어리에 열 몇 가지의 소박한 2023년 버킷리스트를 적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막 실현되려는 참이다.
“해외여행 가기”
사고를 당한지 10개월, 예상보다 빨리 이루게 되어 신기하고 감사하다. 제 눈도 빼줄 만큼 언니를 아끼는 든든한 동생이 있음에, 한 눈으로 떠나는 ‘첫 해외 여행’도 두렵지 않다.
다시금 질주본능이 꿈틀대는 최근이라, 아슬아슬한 순간이 한둘이 아니다. 2023년 새해의 마음가짐을 다시 되돌아보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돌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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