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의사 일기84 새해 새해가 밝았다. 2023년 검은 토끼해, 태어난 후 서른세 번째 맞이하는 새해다. 2022년을 돌아본다. 부천에서 당직 서며 맞이한 새해를 시작으로,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붕괴 직전인 의료 현장을 정부와 국회, 언론에 알리러 다녔다. 또한 코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와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자 서울시-청년의사가 기획한 유튜브 라이브 채널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2종 소형 면허를 따고 바이크와 골프를 배웠다. 그러다 보니 가까스로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으며, 이제는 전공의 신분이 아닌 전문의 신분으로 그리운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돌아와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수련을 시작했다. 따뜻하고 능력 있는 교수님들께 내시경 술기뿐 아니라 참된 인생 교육을 받은 충만한 시간이었다. 내시경이 익.. 2023. 1. 1. 본다는 것은 What is seeing?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쪽 눈을 잃게 되면서, 나는 ‘보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사고 이전에는 눈을 뜨고 빛과 사물을 보고, 글자를 읽는 등의 행위가 소중하다고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의 경우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닥쳐오는 치열한 일상과 과제들에 눌려 있었을 뿐, ‘보는 행위’ 자체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눈을 다치기 이전, ‘보는 행위’는 내게 괴로운 숙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는 것은 곧 믿는 것’이란 오랜 구절이 있다. 나는 종종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내 눈으로 봐야 알겠어. 직접 보지 못하면 못 믿어.”라고 말하곤 했다. 인간은 눈으로 보고 확인한 정보만을 현실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2022. 12. 28. 인생의 최적화, 메일함 정리부터 인생의 최적화 Optimization 는 곳곳이 쌓여 있던 정크메일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나 남은 소중한 오른쪽 눈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 삶의 최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최적화 작업은 삶의 언저리를 정신없이 채우고 있던 불필요한 정보들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된다. 가장 가벼운 시작으로 메일함 정리를 선택한다. 그런데 왠걸, 수천 통 씩 가득차 넘치는 메일함을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모든 것들은 두 눈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는 보고도 못 본척 내버려두던 것들이다. 그동안의 내 궤적을 따라 수많은 쇼핑, 여행,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들의 정크메일들이 따라 붙었다. 마치 썩은 고기를 노리는 하이에나, 혹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파리떼처럼 붙어서, 나의 정보를 파먹고 채갈 기회를 노린.. 2022. 12. 27. 사고 소식 알리기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갑작스럽게 닥쳐온 불행 이후, 이를 주변에 알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아끼는 누군가는 “눈을? 눈을 다쳤다고? 그래서 어떻다고?”라고 반복이다. 끝내 ‘실명’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오열했고, 누군가는 나와 함께 울먹이는 듯 한참을 말을 못 하기도 했다.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에는, 참 믿기 어렵고 또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사건 사고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믿기 힘든 이 갑작스러운 불행을, 타인에게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일단은 나 스스로 이 불행을 온전히 삼키고 견딜 수 있어야 했고, 그리고 나서는 겹겹이 쌓여있던 약속과 만남 들에 나의 갑작스러운 불참 사유를 전해야 했다. 다른 이들의 삶이 나의 갑작스러운 불행 때문에 곤란해지거나 엉키.. 2022. 12. 26.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 http://youtube.com/@playdang 연주당 Play Dang 서른셋 내과 의사의 좌충우돌 인생 즐기기 함께 하는 따뜻한 세상을 지향합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삶은 여전히 아름다운 교훈을 줍니다. 행복하게 살아요 우리 :-) 개인인스 www.youtube.com 내가 한쪽 눈을 잃고도 유튜브를 찍어 올리는 것을 보며, 혹자는 이상하다거나 살짝 돌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퇴원하는 날, 마지막으로 들렀던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선배 교수님이 “연주 대단하다. 나 같으면 유튜브는 생각도 못 할 것 같은데.”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자, 옆에서 듣고 병실로 올라 온 엄마는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펑펑 우셨다. 너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유튜브 할 마음이 드냐고. .. 2022. 12. 25. 이전 1 ···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