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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3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 하고 싶은 것이 유독 많은 사람이 있다. 나처럼 말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혹시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너무 잘 참으며 살아왔던 게 아닐까. 그래서, 역설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아닐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무언가 행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해야 되는 일인지와, 할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했다. 이런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하고 싶은 일들은 나의 무의식 저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곤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여태 참아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크겠다. 보통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면, 마치 존재했었냐는 듯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뭔가를 열망하는 욕구는 언제나 충족되기 전까지의 찰나의 순간에 불과.. 2024. 1. 21.
바로 잡으려는 용기 12월이 되고 의안을 48시간 연속해서 끼고 적응하는 연습을 하면서, 눈의 염증이 심해져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또다시 좌절하게 됐었다. 쉰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뒤로 이제는 정말 다 괜찮아진 것 같은 자신만만한 느낌이 들던 시기 였다. 역시 자만한 인간은, 하늘이 가만 두지 않는 구나 싶었다. 앞으로 달려나가고 싶은 정신과, 이를 용납해주지 않는 육체가 서로를 잡아 끄는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라는 존재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고군분투가 버거워 엉엉 울어버리기도 했다. 갑자기 인생에 닥친 이 모든 상황을 그 흔한 원망 하나 없이 삼켜냈는데, 자꾸만 앞을 가리는 문제들은 어떻게 감내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속이 꽉 막히고 체한 느낌이었다. 원래 인간 심리가 줬다 뺐으면 불안과 .. 2023. 12. 17.
모든 것이 나에게 달린 시대 우리는 모든 것이 자기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부유하거나 더 똑똑하거나 더 날씬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것은 본인이 먹거나 먹지 않은 음식 때문이며, 받지 않았거나 받았던 검진 때문이거나, 하지 않았거나 지나치게 많이 한 운동 때문이다. 혹은 내가 태어난 날과 시에 맺어진 운명 혹은 사주 때문이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일은 나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30세 중반, 나의 삶을 바꿔 놓은 사고는 나 때문인가? 내가 말을 좋아했고, 말을 타보고 싶었고, 몽골에서 말을 타는 동영상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고, 몽골에 날아가 말을 탔고, 그리고 몽골에서 만난 친구들과 외승을 하러 강원도에 갔고, 그리고 말에서 떨어져 눈을 잃.. 2023.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