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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바로 잡으려는 용기

by 윙크의사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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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고 의안을 48시간 연속해서 끼고 적응하는 연습을 하면서, 눈의 염증이 심해져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또다시 좌절하게 됐었다. 쉰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뒤로 이제는 정말 다 괜찮아진 것 같은 자신만만한 느낌이 들던 시기 였다. 역시 자만한 인간은, 하늘이 가만 두지 않는 구나 싶었다.

앞으로 달려나가고 싶은 정신과, 이를 용납해주지 않는 육체가 서로를 잡아 끄는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라는 존재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고군분투가 버거워 엉엉 울어버리기도 했다. 갑자기 인생에 닥친 이 모든 상황을 그 흔한 원망 하나 없이 삼켜냈는데, 자꾸만 앞을 가리는 문제들은 어떻게 감내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속이 꽉 막히고 체한 느낌이었다.

원래 인간 심리가 줬다 뺐으면 불안과 갈망이 증폭된다고 하던가. 의안 낀 내 모습에 어렵사리 적응했는데, 의안 마저 못 끼게 된다면 정말 절망적일 것 같았다. 쉬면서 많은 것들이 좋아졌다 생각했고, 12월 중후반부로 (아마도 마지막일) 3번째 복귀를 계획하고 있던 시기라 더 견디기 힘들었다. 이정도에서 그만할까, 내려놓을까, 포기할까 나약한 생각들도 잠시 나를 흘러갔고, 무기력함에 나는 쇼핑과 탄수화물 같은 쉬운 도파민을 찾아 헤맸다. (염증 문제가 아니었다면 술을 마셨을거다)

하지만, 역시나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 정신의 문제도, 육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 문제를 작게 분리해서 살펴봐야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결핍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자꾸 쉬운 대체재로 채우려다보면 결국엔 부작용이 남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다.

피하고 싶었던 현실을 다시 바라보기로 한다. 문제가 생긴지 시간은 좀 지났지만, 외래 진료를 보고 CT도 찍었다. 다행히 내부적으로 수술 부위 감염이 심해지거나, 더 큰 악화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짧은 시간부터 의안 끼는 것에 적응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다음번에 똑같은 일이 생기면, 좀 더 기민하게 대처하기로 다짐한다. 아몰랑 될대로 되라 마인드는 편하지만 위험하다.

문제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난 뒤,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잡으려는 용기를 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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