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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시간의 힘

by 윙크의사 202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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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많은 연말 시즌이다.  일이년이 인생에서 별 것 아니라 여겼었는데, 그동안의 변화를 떠올리면 엄청난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한 개인에게 닥친 큰 변화를 딛고, 사회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다. 갑작스레 생긴 결핍에 몸부림 치던 때도 있었고, 구멍을 메우다 넘쳐 버린 욕망에 지쳐 있을 때도 있었다. 다쳐서 병상생활을 하는 바람에, 한 해를 건너뛰어 연말 모임에 참석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어느덧 바뀌어 있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면, 아주 날카롭고 뾰족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감정적으로 가까운 순서부터 표출의 대상이 되었다. 딸의 갑작스런 사고에 괴로움을 덮어쓴 부모에게는 ‘엄마 아빠는 눈이 두 개라 날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쏟아냈고, 웃고 떠들며 마음을 나누던 친구들에게는 ‘너넨 이것도 이해 못 해주냐’며 화를 냈다. 그들이 다친 나를 대할 때, 얼마나 어렵고 아팠을지 당시에는 차마 생각해보지 못했다.

시간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깨닫고, 놓치고 지난 것들이 보이기도 하는 마법. 불안한 상황에 좁아져 버린 마음의 경계가, 시간이 흐르며 저절로 탁 풀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신기함.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시계 바늘의 초침 가듯 째깍째깍이 아니라, 물 흐르듯 스르르 흘러가고 있다는 자연스러움. 시간의 힘을 믿고 기대면, 어쩌면 나도 좀 더 편안히 내려 놓을 수 있겠다는 안도감까지.

시간에 맞서 싸우려고 한 적도 있었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대항하며, 시계 초침이 째깍 거리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싶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이유 없는 확신과 조급함에 흔들 거리던 때가 있었다. 느긋함은 나태함이요, 편안함은 무책임함이라는 과한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히던 때도 있었다.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니라 여겼고, 내가 앞질러 이길 수 있다는 자만도 있었다.

역시, 인간은 부딪히고 깨지면서 성장하는 것이 맞나 보다. 시간의 거대한 힘에는 관통하는 이치가 있었다.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것은 흘려 보내라는 것. 시력을 잃은 한 쪽 눈을 받아 들이고, 손가락을 펴서 쥐고 있던 것들을 흘려 보내니, 긴장되어 있던 마음의 경계가 선물처럼 허물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의 힘에 기댈 줄 아는 인간이 되어보려 한다. 그러하니, 모든 것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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