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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8

눈동자야, 너 참 예뻤었다. 눈동자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외적 칭찬을 담기에 보편적인 ‘얼굴’ 이나 ‘눈’ 이 아닌, 구체적으로 ‘눈동자’였던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절대적인 눈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는데, 상대적인 눈동자의 크기가 다른 사람의 것 보다 커서 였을까. 어릴 때는 공포영화 ‘주온’에 나오는 토시오의 눈 같다고 할 정도로, 내 작은 두 눈은 까만 눈동자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동자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으쓱하면서 다시 한 번 내 눈동자를 들여다 보곤 했다. 화려하게 예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선하고 깊어 보이는 구석이 있다 싶어 꽤 마음에 들었다. 간혹 거울 속 내 눈동자에 비친 또 다른 나를 쳐다보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거울을 볼 때 나는 눈동자를 기준 삼아 얼굴을 갸우뚱 하.. 2023. 2. 24.
안약 엄마의 핸드폰은 아침 8시와 저녁 6시에 두 번 알람이 울린다. ‘연주 안약 넣어주는 시간’이다. 다친 왼쪽 눈은 감염되는 걸 막기 위해, 반대쪽 눈은 안압이 높아지며 기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안약을 잘 넣어야 한다. 입원 중에는 그 횟수가 네 번이었다가, 세 번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두 번으로 줄었을 때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 눈을 스스로 뜨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퇴원 후 한참이 지나도록 내 눈에 대신 안약을 넣어주었다. 안약 넣는 것은 엄마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침 8시와 저녁 6시 알람이 울리면, 면봉으로 조심스레 내 눈을 벌려서 안약을 떨어뜨리고, 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언젠가 딱 한 번, 엄마가 왼쪽에 넣어야 할 약을 헷갈려 오른쪽에 .. 2023. 1. 3.
다음 단계, Next step 언제나,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가 그랬다. 아직 나는 경험한 적이 없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이 결혼 전날 잠을 설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한쪽 눈을 잃은 후의 내 경우에는, 병원에서 퇴원 후 본가로 들어갈 때와 가족들이 함께 사는 본가를 떠나 나의 독립된 오피스텔로 옮기는 일이 그랬다.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던 때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들이었다. 객관적으로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을 겪었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나의 주관적인 힘듦과 아픔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202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