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14 정보 Information 피로하다. 넘쳐흐르는 정보들 속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한다는 것이.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들을 분류하고, 또 다른 이들이 건네준 정보들을 주워 끼워 넣는 일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 가장 나아 보이는 옵션을 선택하고 또 그 선택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너무나 피로하다. 최선을 선택하기는 항상 어렵다. 아니, 어려운 것은 결과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자기만족을 더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불확실성과 불안함을 안고, 나는 정보의 홍수에 잠겨 떠다니는 떠돌이가 되어 버린다. 떠돌다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엄습한다.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고 가짠지 구분하는 일에도 지쳐 버렸다. 병원과 의사를 고르는 일에 지쳐있다. 얼굴 안쪽 뼈가 꽤 많이 부스러져서,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형태를 지탱하.. 2023. 1. 26. 연휴 Holiday 연휴 전체를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어렵게 와준 가족과 친구들도 얼굴 잠깐 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워낙 긴 연휴라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명절 연휴 기간, 당직 의사로 병원을 지킨 적은 있어도, 환자로 남아 있던 적은 처음이라 이 고요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생소하다. 마치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듯싶다. 수술 부위 감염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 끝나고 계획했던 나의 복귀, 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도. 엄마도 두 번째 입원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치 눈물 콧물 삼켜가며 산을 오르다, 정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온 것 같았다. 무릎을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눈앞이 온통 흐려, 정.. 2023. 1. 24. 절망과 희망 사이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다쳐서 응급실로 실려 온 지는 70일, 퇴원해서 일상으로 돌아간 지는 정확히 50일 만이다. 구정 지나 복귀를 앞두고, 일상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던 참이었다. 혼자 지내는 연습, 그리고 이전까지 해오던 기능을 회복하는 연습.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이 너무 앞섰던 건 아닐까 싶다. 이것 역시, 한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되찾으려는 욕망과 그로 인해 힘겨운 발악이었겠지만. 어제 새벽, 유난히 잠을 설치고 꿈에 쫓겼다. 싸우고 때리고 맞고 도망가는 모든 종류의 액션이 담긴 꿈이었는데, 일어나보니 식은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쳐다봤는데, 내 왼쪽 눈이 평소와 아주 달랐다. 지저분한 누런 찌꺼기가 들러붙어 있는데, 코안 쪽으로는로는 역한 .. 2023. 1. 14.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오는 곳이 아니다 전공의들이 말하는 현장…선별진료소에 사람 몰리면서 기존 입원 환자 진료 공백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지자체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를 도입하고 대학병원은 운영하는 선별진료소 개수를 늘렸다.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버퍼(buffer)병동’을 운영하는 대학병원도 있다. 버퍼병동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공간이다. 당연히 의료진의 업무량도 기존보다 늘었다. 외래 환자는 줄었다고 해도 기존 입원 환자 진료에 선별진료소 업무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일부 진료과 전문의 중심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던 대학병원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투입 인력을 확.. 2023. 1. 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