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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으로 시간 쓰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무작정 쪼개거나 아껴 쓰는 것 말고,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쓰는 것 말이다. 무한히 확장하는 우주를 제외하고는, 지구도, 달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 끝을 맺을 수밖에 없는 유기체이다. 인간으로서, 가장 한정적으로 느끼는 것은 시간과 체력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한정된 시간과 체력은 나를 선택의 갈림길에 가져다 놓는다. 아직도 내려놓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인간은, 앞에 놓인 갈림길 사이에서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갑자기 당겨질지, 혹은 지연될지조차 모르는 ‘삶의 끝’을 향하는 비행기 시간 전에, 모든 길을 다 가보고 싶은 ‘욕심쟁이 여행자’가 바로 나다.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아보.. 2023. 6. 4.
돈에 대하여 돈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Multipotent’한 재화이다. 변동성 높은 시대에 담긴 불안함은, 유튜브와 각종 SNS의 ‘돈’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된다. ‘돈’이 개인의 정체성을 증명하며, ‘돈’만이 삶의 성공 여부를 담보한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선택한 이들은 바보 취급을 받고, 결과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헤맬 수 밖에 없다. 삼십대에 한 쪽 눈을 잃으면서, ‘안전’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한 인간의 ‘안전’한 생존 또한 돈이 필수재로 들어간다. 수술도, 치료도, 회복도, 돈이 있어야 가능했고, 혹은 돈으로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식량은, 안전한 삶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돈’은 삶의 목적이 될 수도 있.. 2023. 5. 27.
삶 Life, 아름다운 무기 지독하게 치료 받았다. 거짓말 안 하고 왕복 3시간, 막힐 땐 편도 3시간 까지 걸리는 거리로,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처음 한 달은 토일 가리지 않고 주 7일을 다녔고, 근무와 병행하면서는 그나마 주 5-6일로 줄여 다녔다. 체력이 약해지고 한 눈 운전이 서툰 나를, 부모님과 동생이 번갈아 태워 다녔다. 1시간 반-2시간 남짓 걸리는 치료시간과 왕복 소요되는 3-4시간을 합치면 하루를 통으로 비워야 했다. 가족들은 시간과 기회 비용을 기꺼이 감내해 주었다. 경치도 좋고 운동도 되니 좋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을 덜어주려 하는 말인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모든 것이 찐사랑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극한 희생과 헌신의 과정이었다.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동안, 거의 모든 끼니는 차에서 해결했다. 나 .. 2023. 5. 2.
진정한 행복 “엄마, 나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나 다친 다음에 진짜 행복해. 나 안 다쳤으면 가족들한테 마음 터놓는 법도 모르고, 집에 잘 오지도 않고, 그렇게 살았을 거야.” “응, 엄마도 행복해. 아빠랑도 더 돈독해지고, 우리 연주도 자주 보고.” 한눈을 잃은 후, 나는 더 행복해졌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건 진짜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아서일 거라고? 글쎄, 모두가 예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불편하다. 심지어는 투병 생활 내내 곁에서 함께 했던 엄마도 모를 만큼. 1. 시야 : 갈가리 찢어진 번개 모양의 지각이 왼쪽 시야에 남아 있어 오른쪽과 겹친다. 겹쳐 보이는 모든 장면은 뿌옇고 번잡스럽다. 찢어진 모양이 꼭 내 눈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2. 감각 : 왼쪽 뺨과 코, 입술까지의 .. 2023. 4. 10.
과거의 기록 기록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닫는 요즘,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위해 모아두었던 오래 된 보물 상자를 꺼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결혼할 때 이런 작업을 하던데.. 과거와 달리 외눈박이가 된 나는, 내심 씁쓸함을 다시며 상자를 열어 예전 기록을 뒤적거린다. 예전 기록 속의 나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의심스러울 만큼 현재와 똑같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완벽주의 성향을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었고,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내면의 나 사이의 괴리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사실은, 그 와중에도 따뜻하고 고마운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는 것. 모든 것이 쉽게 변질되는 세상에서, 어쩌면 이렇게 가족의 사랑은 한결같을 수 있는지. 한편으로 무심 했고, 또 .. 2023.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