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하기
뭐든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어렵다. 현실의 인간세계는 대체로 꽤나 고달프기에, 눈을 질끈 감거나 자꾸 피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현실이 아닌 가상의 것을 믿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의 것에 기대기도 하고, 혹은 그조차도 안 되어 지나가버린 과거의 것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모든 것이 고달픈 지금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작은 욕망이 아닐까. 현실을 온통 피하고 도망 다니던 나는, 다시 하나씩 마주하는 연습 중이다. 눈을 굴리면 티가 나서 앞만 보게 만드는, ‘의안’을 다시 끼기로 한 것이 그 첫번째 시작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하고 싫었는데, 이제는 뭐 꽤 괜찮고 맘에 든다. 역시 많은 경우, 정면 돌파가 답이다. 언젠가 교수님은, 어떤 눈이 다친 눈이냐고, 심지어 의안이 ..
2023. 11. 26.
엄마 생일 날
엄마 생일(신) 날, 우리는 아침 일찍 병원에서 만났다. 외래를 차례로 들르고, 서류들을 발급받고, 수납하고 음료수를 사는 동안, 엄마는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글씨를 크게 키운 카톡창을 들여다 본다. 아마 생일 맞이 축하를 보내주는 사람들에게 답장을 하고 있겠지. 같이 외래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면, 70대 노모를 모시고 온 50대 딸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경우가 바뀌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일인가. 환갑을 맞이한 보호자를 대동하고 진료에 올 때 마다, 불효막심한 30대 딸은 마음이 아프다. 차로 이동하면서 내가 물었다. “엄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엄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혼 전으로” 라고 대답한다. 처녀 시절의 엄마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하고 싶은 것은..
2023.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