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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7

연휴 Holiday 연휴 전체를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어렵게 와준 가족과 친구들도 얼굴 잠깐 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워낙 긴 연휴라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명절 연휴 기간, 당직 의사로 병원을 지킨 적은 있어도, 환자로 남아 있던 적은 처음이라 이 고요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생소하다. 마치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듯싶다. 수술 부위 감염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 끝나고 계획했던 나의 복귀, 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도. 엄마도 두 번째 입원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치 눈물 콧물 삼켜가며 산을 오르다, 정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온 것 같았다. 무릎을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눈앞이 온통 흐려, 정.. 2023. 1. 24.
위기 Crisis 왠지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내게 닥쳐온 위기는 너무 크고, 그에 비해 나는 너무나 작아 보일 때. 견딜 힘이 부족해 더 이상 나를 꾸며내지 못하고, 닳고 닳아 연약한 내면이 드러나 보일 때. 지금까지 어떻게든 붙잡고 있던 끈을 탁 놓쳐버릴 것 같을 때.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누가 했는가. 그건 위기를 지나친 승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정신 없이 닥쳐오는 커다란 위기에 깔려 뭉개진 패자 에게는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무너뜨리는 위기는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데, 가만 살펴보면 인간의 한계가 이 쯤 이라니 아주 허무하고 또 하찮게 느껴질 뿐이다. 밖의 세상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내 모습이 싫고, 또 소중한 이들에게 못나게 굴었던 내 모습이 후회 스럽다. 그렇게 차곡차.. 2023.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