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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의안 Fake eye

by 윙크의사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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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안을 끼고 겁에 질린 나

처음 간 의안 센터의 아저씨들은 조폭 영화에서나 본 사람들 같았다. 커다란 사람 셋이 좁은 방 구석탱이에 나를 앉혀 놓고, 무섭게 생긴 눈알 덩어리들을 흔들며 마치 장신구를 팔 듯 이거 하면 이쁘겠네- 라고 말한다.

 

마음대로 하나를 집어서는 이리 저리 돌려 본 후, 부하 직원에게 이거 껴. 하고 명령을 한다. 부하 직원은 그 눈알을 건네 받더니, 씻지도 않은 손으로 대강 물에 눈알을 굴린 후 내 얼굴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흔히 본 고문 장면이 떠올라 나는 어느새 움찔하고 잔뜩 긴장한다. 덩치 큰 그 부하 직원은 힘 빼라며, 내 왼쪽 눈꺼풀을 막무가내로 벌리더니 그 큰 눈알을 와자작 우겨 넣는다.

 

‘아 거, 눈 아래로 굴려봐요’ 나는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가짜 눈알’을 끼우기 위해, 나의 진짜 눈알이 빠져 땅끝까지 뚫을 기세로 나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눈을 굴렸다. ‘아우 이거 왜 안들어가’ 하면서 덩치 부하 직원은 내 얼굴뼈를 꽉꽉 눌러 눈알을 끼웠다.

 

‘아 됐다. 예쁘죠~?’ 대답마저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느낌도, 거울 속에 비친 얼굴도 이상했지만 반사적으로 나는 고개를 어색하게 끄덕여버렸다. 사장으로 보이는 금시계를 철렁철렁 찬 대빵 아저씨는 ‘아 근데 좀 작네.’ 하며 눈알 상자을 뒤적거린다.

 

‘야 이거 넣어봐.’ 부하 직원은 내 눈꺼풀을 벌려 힘겹게 들어간 눈알을 빼고, 또 다시 손을 안 씻은 채 다음 눈알을 집어 이리 저리 주물럭거린다. ‘아.. 좀 씻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하고 용기내어 얼버무리자 부하직원은 무심한 표정으로 세면대에서 졸졸 씻는 흉내를 낸다.

 

그 끔찍한 작업을 두 세차례 더 거친 후, 이게 아가씨 사이즈라고 대표 아저씨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히죽대며 손거울을 건넨다. 눈동자가 원래 큰 편인데 그보다 1.5배는 큰 갈색빛의 가짜 눈알이 왼쪽 얼굴에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눈꺼풀은 눈알에 비스듬히 걸려있다. 

 

거울에 보이는 모습은 끔찍했다. 의안을 끼면 비슷해질 줄 알았는데 더 이상했다. 누가 봐도 나는 비정상으로 보였고, 장애인임을 알 수 있었다. 슬픔과 허탈함이 밀려 왔다. 그래.. 이게 앞으로 내가 평생을 거쳐 마주 할 또 다른 시련이구나.

 

눈알을 시키는 대로 열심히 굴려본다. 눈확 안 쪽을 딱딱한 이물이 꽉 채워 아프고 또 불편하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오른쪽 눈에 비해, 가짜 눈알은 초점이 거울 속 정면에 고정되어 있다. 그 모습이 마치 프랑켄슈타인 괴물 영화 같았다. 

 

금시계를 찬 아저씨는 ’어때요 괜찮죠?‘ 그러면서 업체 명함을 내민다. ‘가격은 백오십 정도 되고요, 아, 복지카드 있나?’ 하고 공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한다. ’아 아뇨 아직..‘ 그거 있음 나라에서 오십 만원 쯤 줘. 그니까 이거 백만원인거야. 어때?

 

박혀 있던 눈알을 다시 빼 주고 나서야 나는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무서웠다. 내 앞에 선 덩치 큰 아저씨 셋이, 그리고 한 100개는 넘게 들어 있는 것 같은 아크릴 소재의 투명한 눈알 박스가. 그리고 앞으로 내가 적응해내야 할 이 모든 것이. 

 

그럴지라도, 이 또한 웃으며 얘기할 날들이 분명히 온다.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오늘도 나는 이렇게 덤덤히 기록에 남긴다. 기록은, 내가 현재의 상황에, 감정에, 또 아픔에 최선을 다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기록이, 또 다른 최선을 다 하는 이의 힘겨운 과정에 있어, 조금이나마 슬픔을 덜고, 용기와 희망을 보태줄 수 있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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