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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의 편지 어제도 여느 때처럼 힘든 하루였습니다. 당직서며 날밤을 꼬박 새웠고, 새벽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콜을 받았습니다. 제때 끼니를 챙겨 먹은 게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 얼굴을 본 것도요. ​ 힘듭니다. 지칩니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 매일매일이 숨이 가쁘고 치열합니다. 병원에서 일하지만 아파도 병원 갈 엄두를 못 냅니다. 그렇지만 멈출 수 없었고, 쉴 생각도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제게 의지해 힘겹게 숨을 이어가는 환자 곁을 차마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의사국가고시를 합격하고, 인턴부터 시작해 내과 레지던트가 되었습니다. 매 순간 다짐했습니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고 살리는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고요 Do no harm, 환자에게 해를 가하지 말라, 학생 시절부터 못이 박히게 들.. 2023. 1. 6.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오는 곳이 아니다 전공의들이 말하는 현장…선별진료소에 사람 몰리면서 기존 입원 환자 진료 공백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지자체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를 도입하고 대학병원은 운영하는 선별진료소 개수를 늘렸다.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버퍼(buffer)병동’을 운영하는 대학병원도 있다. 버퍼병동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공간이다. ​ 당연히 의료진의 업무량도 기존보다 늘었다. 외래 환자는 줄었다고 해도 기존 입원 환자 진료에 선별진료소 업무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일부 진료과 전문의 중심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던 대학병원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투입 인력을 확.. 2023. 1. 6.
중국발 코로나의 위기 중국에서 COVID-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응급 환자, 중증 환자 할 것 없이 모두 치료받을 곳이 없다. 장례를 치를 곳도 부족해서 시체가 쌓여 길거리에서 화장한다. 코로나 방역’으로 중국 정부, 즉 시진핑 체제에 대한 반발이 고도화되면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며 드러난 중국의 민낯이다. 중국은 지난 3년간, ‘코로나 제로’ 전략을 위해 강력한 방역 정책을 고수했다. 지역 간 이동 통제, 강력한 격리 지침, 전수 진단 검사를 기본으로 하는 ‘억제 전략’이다. 감염병 대응 정책의 두 가지 패러다임 중의 하나인 억제 전략은 최대한 감염자의 수를 감소시켜 유행 차단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다. 다른 하나는 감염의 전파를 인정하면서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는 ‘완화 전략’이다. 우리나라도 ‘억.. 2023. 1. 5.
욕망 The desire 가끔 스스로의 욕망에 잡아 먹힐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때가 있다. 그 욕망의 종류는 식욕, 성욕, 물욕 에서 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욕망 등 내용만 차이가 날 뿐,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고 이루고 싶은 감정이라는 차원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욕망이 화르르 불타오를 때 나란 존재는 이성도, 논리도 사라진 채, 욕망의 지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 같다. 욕망이라는 것은, 만족되거나 혹은 잊혀지면 사라진다. 아무리 간절하게 먹고 싶었던 음식도, 시간이 지나 배고픔이 충족되면 왜 그토록 팀했는지 모를 정도로 강했던 욕망이 잦아든다. 헤어진 연인이 보고 싶어 미치겠는 그 강한 열망도, 시간이 지나 잊혀지면 잠잠 해지고 당시의 내가 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처럼 .. 2023. 1. 5.
안약 엄마의 핸드폰은 아침 8시와 저녁 6시에 두 번 알람이 울린다. ‘연주 안약 넣어주는 시간’이다. 다친 왼쪽 눈은 감염되는 걸 막기 위해, 반대쪽 눈은 안압이 높아지며 기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안약을 잘 넣어야 한다. 입원 중에는 그 횟수가 네 번이었다가, 세 번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두 번으로 줄었을 때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 눈을 스스로 뜨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퇴원 후 한참이 지나도록 내 눈에 대신 안약을 넣어주었다. 안약 넣는 것은 엄마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침 8시와 저녁 6시 알람이 울리면, 면봉으로 조심스레 내 눈을 벌려서 안약을 떨어뜨리고, 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언젠가 딱 한 번, 엄마가 왼쪽에 넣어야 할 약을 헷갈려 오른쪽에 .. 2023.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