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09 다음 단계, Next step 언제나,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가 그랬다. 아직 나는 경험한 적이 없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이 결혼 전날 잠을 설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한쪽 눈을 잃은 후의 내 경우에는, 병원에서 퇴원 후 본가로 들어갈 때와 가족들이 함께 사는 본가를 떠나 나의 독립된 오피스텔로 옮기는 일이 그랬다.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던 때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들이었다. 객관적으로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을 겪었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나의 주관적인 힘듦과 아픔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2023. 1. 2. 새해 새해가 밝았다. 2023년 검은 토끼해, 태어난 후 서른세 번째 맞이하는 새해다. 2022년을 돌아본다. 부천에서 당직 서며 맞이한 새해를 시작으로,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붕괴 직전인 의료 현장을 정부와 국회, 언론에 알리러 다녔다. 또한 코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와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자 서울시-청년의사가 기획한 유튜브 라이브 채널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2종 소형 면허를 따고 바이크와 골프를 배웠다. 그러다 보니 가까스로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으며, 이제는 전공의 신분이 아닌 전문의 신분으로 그리운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돌아와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수련을 시작했다. 따뜻하고 능력 있는 교수님들께 내시경 술기뿐 아니라 참된 인생 교육을 받은 충만한 시간이었다. 내시경이 익.. 2023. 1. 1. 본다는 것은 What is seeing?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쪽 눈을 잃게 되면서, 나는 ‘보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사고 이전에는 눈을 뜨고 빛과 사물을 보고, 글자를 읽는 등의 행위가 소중하다고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의 경우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닥쳐오는 치열한 일상과 과제들에 눌려 있었을 뿐, ‘보는 행위’ 자체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눈을 다치기 이전, ‘보는 행위’는 내게 괴로운 숙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는 것은 곧 믿는 것’이란 오랜 구절이 있다. 나는 종종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내 눈으로 봐야 알겠어. 직접 보지 못하면 못 믿어.”라고 말하곤 했다. 인간은 눈으로 보고 확인한 정보만을 현실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2022. 12. 28. 인생의 최적화, 메일함 정리부터 인생의 최적화 Optimization 는 곳곳이 쌓여 있던 정크메일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나 남은 소중한 오른쪽 눈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 삶의 최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최적화 작업은 삶의 언저리를 정신없이 채우고 있던 불필요한 정보들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된다. 가장 가벼운 시작으로 메일함 정리를 선택한다. 그런데 왠걸, 수천 통 씩 가득차 넘치는 메일함을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모든 것들은 두 눈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는 보고도 못 본척 내버려두던 것들이다. 그동안의 내 궤적을 따라 수많은 쇼핑, 여행,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들의 정크메일들이 따라 붙었다. 마치 썩은 고기를 노리는 하이에나, 혹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파리떼처럼 붙어서, 나의 정보를 파먹고 채갈 기회를 노린.. 2022. 12. 27. 청년 정치대학원에 대한 단상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등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 전공의 단체의 리더로서 ‘옳은 의료’와 ‘바른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거대한 폭풍에 대항해 파업을 진두지휘했던 경험은 나의 많은 것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일반적이고 정치적인 파업이라고 하기엔,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하는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 며칠 되지도 않는 소중한 휴가를 반납하며 집회에 참여했고, 더 이상 대한민국 의료가 왜곡되는 것을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용기로 사직서를 냈다. 의료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이 드신 교수님들께서 우리 대신 당직을 서셨고, 이에 젊은 후배들은 죄송함과 책임감을 더해 더 큰 진심으로 임했다.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다양한 해석과 평가들이 오가고 .. 2022. 12. 26.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다음